덕수궁 돌담길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은 관람객과 미술관계자들 사이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미술가와 관람객 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곳은 최근 5년간 줄곧 '가장 가고 싶은 미술관'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대중에게 친근한 유명 화가들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전시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자체 기획 전시가 거의 없어 미술계에서는 미술관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부임한 김홍희(64) 서울시립미술관장에게도 이런 점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 듯했다. 그는 2일 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기획을 늘려 전시의 질을 높이면서 대중성도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줄이는 데 따른 관람객 감소는 20세기 현대미술 작가들과 제3세계 현대미술 전시 등 시대, 장르적 다양성 추구를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정된 외부 기획전시는 수정ㆍ보완해 진행하되, 내년부터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외부의 전문기획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전시의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과는 다소 다른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그는 경기도미술관의 초대관장을 지내며 실험적인 전시 기획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앞으로 자체 기획전에서도 그런 성향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위탁운영 해오던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도 올해부터는 자체 사업으로 전환한다. 또 신진작가와 원로작가 사이에서 조명을 받지 못한 중견작가를 위한 'SeMA 중간허리'전을 신설해 매년 미술관의 주요 레퍼토리로 삼을 계획이다. 신문로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긴 지 올해로 10년을 맞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신임 관장의 비전과 더불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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