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가 넘어서도 결혼을 안 하거나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취업이 어려우니 결혼은 엄두도 안 나는데, 미래는 막막하기만 하다. 청년백수들이 일가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취직했니?"와 "결혼 언제 하니?"이며, 미혼의 여성들 사이에서는 시집 대신 돈 잘 버는 남편을 만나 취업한다는 뜻의 '취집'이란 단어가 유행한다고 한다. 지상파 DMB 업체인 QBS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 한해 시청자들이 가장 보고 싶은 뉴스는 '청년실업 해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1년 3분기 기준 6.7%인데, 이는 '실질실업자'인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가 빠진 수치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15.4%로 늘어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펴낸 작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실업자는 32만4,000명이지만 '실질실업자'는 110만1,000명이다. 100만이 넘는 청년실업자의 울분과 불안은 우리 사회에 어둡고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젊은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서는 '나꼼수' 류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요즘 여야 할 것 없이 청년 인재를 영입하려 애쓰는 것도 이 기세와 무관하지 않다. 4월 총선에서 2030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얄팍한 '꼼수'로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을 하고 싶은 청년들의 분노 어린 외침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30일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는데, 그 회의에서도 청년실업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됐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정상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친화적 재정건전화' 성명을 채택하고, 기업이나 노조 등과 협력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제공하거나 창업을 돕는 방안을 추진하고, 10인 이하 영세기업에 대해 세금감면과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몇 년 전부터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좀처럼 늘지 않고, 청년실업자는 너무도 쉽게 늘고 있다. 이를 타개할 길은 기존의 비좁은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스스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 한 모델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교육, 코칭, 사무실 임대, 최대 1억 원의 사업비 지원까지 패키지 형태로 묶어 지난해 3월 문을 연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들 수 있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경기 안산시 외에 광주와 경남 경산·창원에도 설립한다는데 문제는 졸업 후의 창업 성공에 있다. 241명의 1기생들 중에서 창업의 성공 모델이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가 사관학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듯하다. 창업 정책의 성공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은 현재 한국의 청년들 사이에 대기업이나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점 깊어지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런 청년들에게 위험과 모험에 가득 찬 창업에 인생을 걸라고 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청년들의 부모나 주변에서도 창업보다는 취업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훨씬 우세하다.
지난 해 말에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세계적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서비스 산업과 소규모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하는데, 그동안 한국 경제는 소수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점을 취약점으로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인력과 자본이 모두 대기업에만 집중돼선 곤란하며 혁신적인 소규모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 더 많은 상상력, 더 큰 세계화이며 미래의 유망산업을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취업에만 목매달지 말고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창업에도 도전하기를 바라는 건 무망한 일인가? 취업과 창업 사이의 엄청난 간극은 언제나 좁혀질 것인가?
김명곤 前 문화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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