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들어 강력한 한파가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북극 중심부의 기온 상승으로 평소 북극 주변에 머물러 있던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인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4.6도로,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도 영하 9.7도로 1957년(영하 10.3도) 이후 2월 낮 기온으로는 5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철원은 영하 21.7도까지 떨어져 2월 최저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2일에도 서울의 아침최저기온은 영하 17도까지 내려가고 3일에도 영하 12도에 머물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강원 영서 지역엔 영하 25도까지 곤두박질치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습 추위에 북극의 고온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상시엔 강하게 돌면서 한기 덩어리를 북극 주변에 가두고 있던 제트기류가 북극 기온의 상승으로 회전력이 약해져 북극권의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남하했다는 것이다. 동유럽의 이상한파도 같은 이유다. 실제 제트기류 세기를 나타내는 북극진동지수(AOI)는 이번 겨울 계속 양(+)을 기록하다 지난달 21일부터 음(-)으로 떨어졌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30~45도) 지역 사이의 기압 차에 따라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이다. AOI가 음의 값일 경우 중위도 지역에 추운 겨울이 나타난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극진동이 음의 값을 보이고 있는 데다 1월 중순까지 소강 상태였던 찬 대륙성 고기압까지 최근 확장됐다"며 "2월 초순까진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곳곳에선 한파에서 비롯된 각종 사고가 잇따랐다. 1일 오전 서울 상봉역과 강원 춘천역을 오가는 경춘선 열차의 문이 얼어 한때 운행이 지연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전날 내린 폭설이 얼면서 열차 문이 열리지 않아 차량 10여대가 오전 한때 5~15분 가량 출발이 지연되거나 중간에 정차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열차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승객들이 손으로 닫기도 했다. 서울 수색동에선 화재를 진압하러 온 소방차의 펌프가 얼어 진화작업이 2, 3분 가량 지체되는 동안 집 한 채가 전소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과 3일에도 혹한이 예보됨에 따라 서울시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원장,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 휴업 여부를 결정하고 가정에 연락하도록 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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