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주재 한국대표부(대사 김숙)와 미국 뉴욕총영사관(총영사 김영목)이 함께 사용하는 뉴욕시 맨해튼 45가 공관 앞 태극기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1월 31일(현지시간) 확인 결과 문제의 태극기는 오른쪽 상단 가장자리를 에워싼 단이 찢어져있으며 하단 귀퉁이는 아예 단이 떨어져 너덜너덜 갈라져 있다.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인 태극기의 상태로 미뤄볼 때 꽤 오래 전 훼손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의 훼손은 맨해튼의 강한 바람과 궂은 날씨에 장기간 노출돼 일어난 자연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 직원을 제외하고도 50명에 달하는 공관원들이 매일 출퇴근하는 공관 정문 앞에 게양돼 있는 태극기의 훼손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두 기관의 무관심 나아가 기강 해이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각국 외교관과 여행객이 찾는 유엔본부 인근 공관 태극기의 훼손은 국가 위신과도 직결될 수 있다.
공관이 태극기의 훼손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태극기가 365일 24시간 게양돼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게양과 강하가 없으니 태극기 상태를 점검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 제19조에는 '재외공관의 경우 국기 게양 및 강하 시각 등은 주재국 관례에 따른다'고 돼 있다. 그러나 두 기관이 들어선 뉴욕공관의 경우 유엔대표부가 유엔 관례를 따라야 하는지, 총영사관이 미국 관례를 따라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유엔은 맨해튼 42~45가 유엔본부 앞 광장의 회원국 국기를 통상 오전 8시 게양하고 오후 4시 강하한다. 미 연방행정법의 성조기 규정은 일출에서 일몰까지만 게양토록 하고 있으나 '애국적 영향이 요청될 경우' 예외적으로 24시간 게양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공관에서 50m 떨어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는 하루 종일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와 뉴욕 총영사관은 결국 미국의 관례를 따라 태극기를 24시간 게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미국처럼 국기로 '애국적 영향'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태극기의 온전한 상태를 확인하는 국기 사랑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욕=신용일 미주한국일보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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