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에서 러시아의 명문 CSKA모스크바로.
측면 공격 자원인 김인성(23)이 한국 프로축구사에서 전례가 없던 '깜짝 이적'의 주인공이 됐다. K리그도 아닌 내셔널리그에서 뛰다가 유럽의 강팀으로 '신분 상승'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해 '무적' 신세였지만 이젠 유럽의 명문 구단 입단으로 '인간 승리'를 이뤘다.
김인성은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전지훈련지에서 CSKA모스크바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뛰었다. 스페인 마벨라컵 비데오톤(헝가리)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매니지먼트사 스포티즌에 따르면 김인성은 1일 CSKA 구단 관계자를 만나 공식 인터뷰를 했고, 조만간 모스크바로 건너가 등 번호를 배정 받을 예정이다. 김인성은 "수년 동안 유럽 진출을 염두에 두고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크로스로 유럽 선수를 압도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180㎝, 74㎏의 신체 조건을 갖춘 김인성은 윙포워드가 주 포지션. 100m를 11초2에 뛰는 준족으로 정확한 크로스와 골 결정력이 돋보이는 유망주다. 성균관대 시절 2009년 청소년대표팀(20세 이하)에 뽑혔고, 이듬해 대학선발팀 멤버로 덴소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골 결정력이 좋아 2010년 대학춘계대회에서 득점상을 받았다.
하지만 준수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K리그 구단으로부터 외면당했다. K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 받지 못하자 해외 진출을 모색했지만 이마저 실패했다. 결국 짧은 무적 생활을 거친 뒤 내셔널리그로 눈을 돌렸고, 지난해 강릉시청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강릉시청의 후기 리그 우승에 기여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면서 에이전트의 눈에 들었고, 다시 유럽 진출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3개월간의 긴 테스트 끝에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곽윤종 스포티즌 대리는 "강릉시청에서 뛰었던 경기의 동영상을 편집해 CSKA로 보냈고, 입단 테스트를 받아보라는 연락을 받아 이적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CSKA모스크바에서 1차 테스트를 받은 뒤 1월 리저브팀 전훈 캠프에 합류했다. 리저브팀 훈련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자 1군 전훈 캠프에서 최종 기량을 평가 받은 뒤 입단이 결정됐다.
CSKA모스크바의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은 "김인성이 아직까지 한국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고 K리그에서도 뛰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김인성과 같은 입단 사례는 구단 역사상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는 21일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치르는 CSKA모스크바는 김인성을 25인 로스터 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티즌은 "지난 31일이 챔피언스리그 25인 로스터 등록 마감일이었는데 팀에서 이적 동의서를 재촉해서 급히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김인성은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공식 데뷔전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CSKA모스크바는 러시아 리그 우승 10회, UEFA컵 우승 1회를 거둔 강 팀이다. 올 시즌에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하는 등 강호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또 일본 대표팀의 혼다 게이스케가 뛰고 있는 팀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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