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대우가 시원치 않거나 직장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아 이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쟁사가 아닌 곳으로 가면 된다고 하는데, 안과 의사보고 산부인과 차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던 일 때려 치우고 붕어빵 장사를 하라고 하던지…처리 대책도 없이 하지만 말라고 하는 판결은 뒤가 구리다." "IT 인력이 진짜 중요하다면 처우와 근무환경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닌가?"(한국일보 1월 25일자 1면 'IT 핵심기술 다룰 땐 사원급도 이직 금지'제하의 서울중앙지법 판결 기사에 대한 @MLAB_GOD님과 @ksoonsons님의 의견입니다.)
전직 금지 계약을 맺은 직원의 이직 문제로 소송이 벌어진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개발을 주도한 핵심 고위직 인력이거나 문서 등을 몰래 빼낸 경우가 아니면 법원은 대체로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라 직원들의 손을 들어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LG에릭슨이 노키아씨멘스로 직장을 옮긴 직원들에 대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법원은 이례적으로 기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거기엔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장비를 다루는 직원들입니다. 국내에서도 이통사들이 LTE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키아씨멘스는 LTE 시장이 확대될 것 같자 갑자기 직원 30명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에릭슨이 1,000명이 넘는 직원을 데리고 통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지요. 특히 국내 통신시장은 다년간의 사업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키아씨멘스는 경쟁 업체의 인력을 데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노키아씨멘스는 지난해 LTE 통신장비 시장에서 3분의 1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됐죠.
법원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직원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법인격인 기업이 다년 간의 활동으로 얻은 비밀과 정보가 부당한 방법으로 훼손돼선 안된다고 본 것입니다. 담당 재판부는 이를 판결문에서 '보호해야 할 가치'라고 명시했습니다. 즉 LG에릭슨 직원들이 갖고 있는 기업 정보가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우선해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지요.
이번 판결은 인력 빼내기를 통해 기업 비밀을 교묘하게 도용하는 부도덕한 업체, 직업 윤리보다 높은 연봉만 쫓는 지나친 배금주의에 경종을 울린 것이며 그런 점에서 기사화 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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