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경선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보수 본거지에서 처음 승리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의 돌풍은 열흘 만에 멈췄다.
31일 플로리다 경선에서 롬니는 46.4%를 획득, 31.9%에 머문 깅리치에 압승했다.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13.4%, 론 폴 하원의원은 7.0%에 그쳐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2개월에 걸쳐 4개 주에서 치러진 경선은 샌토럼-롬니-깅리치-롬니 순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로 향후 경선은 롬니와 깅리치의 양자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표 분석 결과 실업률이 높은 플로리다 도심 지역에서 롬니의 지지율이 높았고, 정통 보수진영은 깅리치를 선호했다.
롬니는 “결정적 승리”라며 자축하고 “당을 이끌고 또 국가를 지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보수층 지지에 기대를 거는 깅리치는 “아직 46개 주가 남았다”며 6~7월까지 승부를 지속할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날 15%포인트 차 패배는 깅리치가 롬니에 위협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롬니는 이날 승리로 지난달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깅리치에 참패한 지 열흘 만에 대세론을 회복했다. 보수 본거지에서 처음 승리했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결과다. 미 언론은 ‘저력의 재확인’ ‘모멘텀의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롬니 진영으로선 조직과 자금력의 승리였다. 광고비 등 물량공세에서 롬니 측은 경선일까지 깅리치 캠프보다 4배 이상을 쏟아 부었다. 2월 열리는 경선도 롬니에게 아주 유리하다. 4일 네바다, 메인을 시작으로 6개 주에서 187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경선이 열리는데, 네바다는 모르몬교 비중이 높고, 메인, 콜로라도, 미네소타에선 롬니의 조직력이 앞서 있다. 미시간은 롬니의 고향이다. 2008년 경선에서 롬니는 6개주 중 네바다를 포함한 5곳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롬니 대세론에 힘이 붙었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은 아직 안개 속이다. 전체 대의원 2,286명 중 지금까지 5%인 115명만이 정해졌다. 당의 지명을 받기 위한 최소 대의원 1,144명 중 이날까지 롬니는 84명, 깅리치는 27표를 획득했다. 더구나 공화당 보수진영은 계속 롬니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반 롬니 후보 단일화로 대안을 찾고 있다. 3위를 한 샌토럼이 단일화를 위해 용퇴할 경우 깅리치는 부활의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 또 깅리치가 계속 추격전을 벌일 경우 롬니는 이기더라도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롬니는 1월 한달 사이 깅리치의 세금 비난 공세 등으로 무당파 지지율이 13%포인트나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6일 10개 주(대의원 437명)에서 동시에 열리는 슈퍼화요일 결과를 봐야 판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