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또래의 폭행에 시달리다 자살한 이후 정부에서 각종 학교폭력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학교는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30일부터 학교들이 개학을 하기 시작했지만 학생들은 "학교폭력이 줄었는지 실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교육과학기술부, 경찰 등의 대처 역시 더디기만 하다.
우선 교과부가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착수한 피해상황 전수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교과부가 지난 20일을 전후해 일선 학교에 '우편으로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실제 설문지를 받아 본 학생은 거의 없었다. 교과부는 애초에 내달 10일까지 답신을 받을 수 있도록 일선 학교에 지시했지만 예상보다 더디자 최근 긴급회의를 소집해 '31일까지 발송을 완료하라'는 공문을 다시 하달했다. 일부 학교는 공문을 받고 부랴부랴 우편물을 발송했지만, 우편료 등 발송비용은 사후 지원받도록 돼 있어 당장 예산이 없는 학교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경찰의 학교폭력 대처도 말만 앞섰다. 31일 서울 양천구의 학원가에서 만난 중학교 3학년 A(15)군은 "개학하면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등ㆍ하교 시간에 교문 앞이나 학교 주변에 경찰관이나 순찰차라도 한 대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며 "빵셔틀 등 학교 폭력으로 개학이 두려운 학생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이 학교폭력근절행사 참석차 방문한 용산구의 한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학교 재학생 B(14)군은 "오전 행사 때 경찰들이 와서 학교폭력 대처 방법이 담긴 유인물을 나눠주며 사진을 찍고 가더니 정작 학교에선 자세한 설명도 없었고 하교할 때는 경찰 한 명 없이 썰렁하더라"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여성청소년계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경찰관을 배치하고 적극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실제 폭행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과거와 달라진 게 없었다. 30일 공개된 서울 성북구의 10대 폭행 감금 사건도 관할 경찰서의 여청계가 아닌 형사과에서 다루는 과거 방식 그대로였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학교 전담 경찰관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3차례 회의를 거쳐 20일쯤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이 벌금형을 선고 받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과거에도 정부는 스쿨폴리스와 유사한 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장기 대책과 매뉴얼이 없다 보니 형식적인 조치에 그쳤다"며 "10년 뒤를 내다보고 학교 폭력 양상과 대책을 연구하고, 일선 교사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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