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현장의 CCTV 녹화기록 분석 결과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로 민주통합당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 김경협(50)씨를 특정, 31일 압수수색과 함께 소환조사에 나서면서 거북이 걸음을 하던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수사가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검찰은 지난달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예비경선 당시 CCTV 영상에 기록된 인사들의 신원 확인을 위해 민주당 측에 중앙위원 700여명의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협조 거부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듯했으나 이날 전적으로 압수수색과 소환에 나섬으로써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씨가 특정 후보의 지시를 받고 돈 봉투를 돌렸다면 역시 돈봉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보였던 야당은 총선을 앞두고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씨가 한명숙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친분이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 이외에 현장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인 또 다른 인물의 신원 확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예비경선 현장의 CCTV를 압수수색한 이후 진도가 더뎠던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사와) 균형을 맞추려는 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박희태 국회의장을 타깃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한나라당 수사와 비교해 외견상으로는 '정치적 균형'이 이뤄진 모양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돈 봉투 의혹 수사 초기에 "여야를 불문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은 1일 김씨를 한 차례 더 불러 경선장소 내 여러 곳에서 찍힌 영상을 제시하며 당일 행적을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예비경선 당시에 의심스런 행동을 보인 당직자 2~3명의 신원을 알고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압수수색이 검찰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기계적 균형을 의식해 무리하게 야당 수사에 나섰다는 정치 공세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돌렸다는 김씨의 주장을 뒤집을 '히든 카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CCTV 영상에 나타난 봉투에 돈이 들어 있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씨는 "한나라당과 같은 수준으로 민주당을 옭아매려는 것"이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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