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나는 몹시도 폴짝 뛰었더랬다. 십 년 전, 한 고등학교에서 시를 가르쳤을 때 만난 제자 하나가 글쎄, 제 등단 소식을 전해왔던 것이다. 시가 뭐라고, 시인이 안 되면 죽어도 안 나타나겠다고 휴대폰도 내버린 채 들어앉기를 2년, 녀석은 약속대로 휴대폰을 만들자마자 내게 처음 전화를 걸었다 했다.
열여덟 청소년일 적에 만나 스물여덟 청년으로 자란 녀석을 떠올리자니 뭉클. 자식도 안 낳아봤으면서 엄마처럼 호들갑을 떠는 나도 참 비호감이라니까. 중학교 때까지 유도를 하다 어깨를 다쳐 운동을 포기한 녀석이 시를 쓰기까지, 내가 한 일이라곤 앵무새처럼 이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었다.
"시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쓰는 거란다." 그러니까 도통 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다. 학기에는 야식 배달을 하고 방학에는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나르던 녀석. 그렇게 어느 순간 시 속에 자연스럽게 스미기 시작한 녀석의 땀내. 시 쓰려는 학생들, 허튼 짓이라며 용돈까지 끊고 그 앞길 막는 부모들 많다지.
시를 쓰려면 일단 무엇을 써야 하나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다 보면 관찰을 하게 되고, 관찰을 하다 보면 상상을 하게 되는데 그만한 전인 교육이 또 어디 있을라고. 상상력 키우는 법도 비싼 돈 주고 과외 받는 세상이라는데 올 겨울 방학에 우리 학생들, 시 좀 써보면 어떨까. 애초에 시(詩)로 태어나는 자 없고, 또 무엇보다 돈 한 푼 안 들잖아!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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