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선거 앞두고 처리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입니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의 속앓이가 심하다. 가정상비약 등 일부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편의점 등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서다. 약사회는 애초에 18대 국회를 넘기지 않고 약사법을 개정하도록 협의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최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약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원들이 눈치보기에 빠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임채민 장관은 "의사일정만 합의되면 예정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낙관하기 어렵다.
지역구 의원들은 '집단 표'가 걸려있는 지역 약사회의 반발과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를 원하는 일반 지역민 여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의 한 지역구 의원은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언론에서도 가급적 기사를 안 쓰면 안되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보건복지위원들의 부담은 더 크다. 한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번 국회에서는) 그냥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청와대와 정부가 이 문제를 왜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의 책임을 부처로 떠미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복지부가 알아서 약사회와 의견을 절충해 합의안을 도출해오라는 주문이다. 시끄러운 논란은 부처로 떠넘기고 국회는 '의사봉'만 두드리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복지부는 약사회에 훼스탈ㆍ베아제(소화제), 화이투벤ㆍ화콜(종합감기약) 등 22개 품목을 약국 외 판매대상으로 정하자는 내용의 협의안을 건넨 상태다. 약사회는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자 한나라당 간사인 신상진 의원은 "복지부가 약사회와의 합의안만 가져온다면 상임위에 상정 못할 이유가 없다"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바로 심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약사법 개정안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18대 국회는 물론 현 정부에서의 처리는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4월 임시국회는 총선 때문에 열리지 않을 것이고, 9월 정기국회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있어 뒷전으로 밀려날 우려가 있어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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