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위치 재건축을 추진하는 법무부와 이전을 촉구하는 경기 안양시가 1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안양교도소 문제에 대해 국무총리실이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안양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어 조정안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되고 있다.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30일 오후 법무부가 신청한 안양교도소 재건축 안건에 대한 심의에서 "이전보다 현 위치 재건축이 낫다"고 결정했다. 다만, 위원회는 기피시설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될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전체 부지의 30% 이상을 체육시설과 주차장 등 주민편의시설로 제공하도록 권고했다. 법무부는 재건축 시 부지의 29%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총리실에 제안했었다.
이 같은 조정안은 지난해 7월 법무부가 조정신청을 한 이후 국토연구원이 수행한 이전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도출됐다. 앞서 이전한 다른 교정시설들의 사례에 비춰볼 때 이전지 결정과 관련기관 협의를 해야 할 경우 최소 8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안양교도소가 노후해 이전보다는 재건축이 현실적이라는 조정안"이라며 "결정문은 곧 정리해서 법무부와 안양시에 각각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안양시는 대책회의를 거쳐 31일 공식적인 조정안 거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행정조정위에는 시장이나 위임장을 받은 시 공무원이 참석해야 하지만 재건축 결정을 의식한 듯 안양시는 이날 위원회에도 불참했다.
행정조정위는 그 동안 난지도 폐가전처리시설 보상분쟁(2001년), 분당선 역사 신설비 분담분쟁(2003년), 경인선 복선전철사업비 분담금 분쟁(2004년), 제2롯데월드 신축 논란(2009년)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결정했지만 조정안이 거부된 적은 없었다. 만약 안양시가 안양교도소 재건축을 거부하면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지방자치법상 행정조정위 결정은 따라야 하지만 규제조항은 명시되지 않아 시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행정적인 제재는 어렵다. 따라서 안양교도소 재건축 협의를 시가 다시 반려하면 법무부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시 관계자는 "재건축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가 나서서 교도소 이전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며,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총선 뒤 구체적인 계획을 법무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1963년 9월 38만3,000여㎡ 부지에 준공된 안양교도소는 재소자 약 1,700명을 수용하고 있지만 1999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 D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노후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1,295억원을 들여 연면적 6만6,000㎡ 규모의 건물을 단계적으로 신축하기로 하고 2010년 말부터 3차례 재건축 협의를 요청했지만 시는 "안양의 중심지역인데다 주민 민원이 우려된다"며 모두 반려했다. 안양교도소이전촉구공동추진위도 이달 20일 안양시민 18만명, 군포시민 1만1,700명, 의왕시민 8,800명의 서명을 건의문과 함께 정부에 제출하는 등 안양교도소 재건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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