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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反 MB만으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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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反 MB만으로 될까

입력
2012.01.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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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가 29일 폐막했다. 전 세계 기업과 금융 정계 언론 학계 등에서 잘 나가는'1%'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전망하고 주요 의제를 설정해온 이 포럼의 올해 주제는'거대한 전환-새로운 모델의 모색'이었다. 그러나 닷새 간의 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와 사상 최악의 소득격차에 대해 우려만 무성했을 뿐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해 뉴욕의 월가 점령 시위로 고조된 자본주의 위기감이 올해 들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새해 벽두에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조명하는 특집을 앞다퉈 게재했다. 줄기차게 자본주의의 발전과 희망을 얘기해 오던 다보스 포럼에서까지 세계경제의 암울한 전망이 쏟아진 것은 매우 불길하다. 서구자본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거나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들을 흘려 들을 수만은 없게 된 상황이다.

지금의 세계경제 위기와 소득불평등 심화가 단순히'1%'의 탐욕이나 국가의 잘못이 아니라 시장과 민주주의 사이에 존재하는 태생적 갈등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위기의 본질이 비켜갈 수 없는 보다 근원적인 데 있다는 것이다.'역사의 종말'은 인류사의 전개 과정에서 민주자본주의(democratic capitalism)의 궁극적 승리를 말한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지금 꼭 발전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어떤 단계에 새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그런 자본주의의 본질적 한계와 무관할 수 없다. 국경이 무의미하게 된 세계화는 위기의 세계화이기도 하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우리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와 취업난과 같은 위기상황 처방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모든 책임을 돌리며 반 MB 정책을 외치는 것을 넘어 위기의 본질을 천착하며 대안들을 내놓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어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새로운 정강ㆍ정책안을 내놓았다. 복지강화, 공정한 시장, 기회균등, 강한 정부 등이 핵심이다.'7ㆍ4ㆍ7'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성장주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이자 강력한 차별화다. 박근혜 대표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부족함이 많았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서민과 중산층, 즉 우리 사회의 99%를 겨냥한 정책들은 민주통합당이 추구하는 가치들과 거의 구별이 안될 정도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로서는 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법도 하다. 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직원 워크숍에서 "금년 한 해가 중요한 해"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확고한 자기철학과 정체성을 지키면 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새 정강ㆍ정책이 중도 또는 왼쪽으로 성큼 전환되는 상황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체성 강조는 공허하게 들린다. 취임 초 실용주의를 내세우고도 전 정부 정책 뒤집기로 일관했던 이 대통령이고 보면 지금 새삼스럽게 정체성을 거론한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은 서민과 중산층을 놓고 한나라당의 거센 도전과 경쟁에 직면했다. 한층 선명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재벌개혁과 보편적 복지, 부자증세를 4ㆍ11총선의 3대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10대 재벌그룹의 출자총액 제한,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등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선거를 눈 앞에 두고 '99%'들의 표만을 의식한 거칠고 조잡한 정책들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위기와 국민 고통은 모두 노무현 정부 탓이었다. 이번에는 모두 이명박 정부 탓이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 소모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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