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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출신 加이민 일가족 익사 위장 명예살인 잔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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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출신 加이민 일가족 익사 위장 명예살인 잔혹극

입력
2012.01.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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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3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킹스턴의 한 운하에서 여성 시신 4구가 실린 자동차 한대가 물 위로 떠올랐다. 조사 결과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캐나다 이민자인 모하마드 샤피아(58)씨의 전처 로나 아미르 모하마드(52)와 세 딸 자이나브(19) 샤하르(17) 지티(13) 등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당시 다른 가족들과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몬트리올의 자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킹스턴에서 하룻밤 머물던 중이었다. 샤피아는 당시 경찰에 "큰 딸인 자이나브가 여행으로 들뜬 나머지 운전대를 잡고 장난을 치다 운하로 돌진했다"고 진술했다.

단순 교통사고로 보였던 이 사건은 무의식상태에서 익사했다는 부검결과와 평소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나오면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고 직후 가족들이 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도 의심을 샀다.

부유한 사업가인 샤피아의 가족들은 1992년 아프간을 떠나 파키스탄 호주 등에 머물다 2007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샤피아는 전처 로나에게서 아이가 없자 투바 야흐야(42)와 중혼해 아들 하메드(21)와 세 딸을 낳았다.

검찰이 공개한 재판 녹음테이프에는 샤피아가 딸들에게 "너희들은 우리를 배신했다"며 폭언을 서슴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다. 검찰은 큰 딸이 남자친구와 가출해 동거하고, 작은 딸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인터넷을 즐기는 것을 샤피아가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밝혔다. 또 큰딸 소지품에서 콘돔이 발견되고, 딸들이 학대 받은 여성의 쉼터 등 다른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자 격분해 살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들은 또 전처 로나를 하녀처럼 부리며 학대해 로나가 이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해왔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기록을 토대로 샤피아가 둘째 부인, 아들과 공모해 이들을 이슬람율법(샤리아)에 벗어나는 행동으로 가족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명예살인'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3개월에 걸친 법정다툼은 29일 배심원단의 1급 살인 유죄 평결로 마무리됐다. 배심원단은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왜곡된 '명예' 때문에 4명의 무고한 가족들의 목숨을 앗아간 냉혈한적인 살인자들"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25년 내 가석방이 안 되는 무기징역형에 처해진다. 샤피아 등 3명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CNN 방송은 "엄격한 가부장적 관습에 익숙한 이슬람국가 이민자들이 자유로운 서방세계에서 가치관 충돌 등의 혼란을 겪고, 이것이 가족 파괴로 이어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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