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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발원지 그리스 수모

입력
2012.01.3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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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이 한창인 그리스 아테네의 올림픽종합실내경기장. 선수들은 몸 만들기로 땀을 쏟고 있지만 실내 공기는 차갑기만 하다. 하루 1시간밖에 난방이 안 되는 탓이다. 멀리뛰기 레인 중간에는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한 플라스틱통이 있다. 장대높이뛰기 선수 코스타스 필리피디스는 “월 1,400달러씩 나오는 훈련수당을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NYT)는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의 국가대표팀이 최악의 시련을 맞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그리스는 1896년 아테네에서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대공항이 한창이던 1932년에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때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민간 기업의 지원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도움이 없었다면 런던 올림픽 참가 자체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정부 재정이 바닥나 훈련 시설은 폐쇄되거나 방치돼있으며 선수와 코치는 월급을 제때 못 받고 있다. 선수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 심리학자 등 지원 인력들은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수구 대표팀의 알키스티 아브라미도우는 “1유로를 쓰기 전에 두번 생각한다”며 “이제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어렵다”고 어려움을 쏟아냈다. 그는 부모의 도움으로 훈련을 계속해 왔는데 의사인 아버지의 소득이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고 공무원인 어머니는 몇 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메달을 따는 등 성적이 우수한 대표선수에게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그들이 훈련에 전념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요트 금메달리스트 소피아 베카토로우는 “국가대표 선수가 일반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결정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22년째 대표팀 선수들을 관리하는 마리아 사이초운타키 아테네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선수들은 지난 2년 동안 스트레스와 싸워야 했다”며 “생활비 마련 때문에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체육계는 이러다 그리스 체육의 싹마저 잘릴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바실리오스 세바스티스 아마추어체육협회 회장은 “대표급 선수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어린 선수들이 운동을 포기하려 한다”며 “이것이 진짜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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