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유포죄로 수감돼 있는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비키니 시위' 사진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부 여성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가슴에 '나와라 정봉주'라는 글씨를 쓴 후 사진을 찍어서 올린 시위 방식에 대한 '성(性) 상품화' 논란에 이어 '나는 꼼수다' 멤버의 마초의식(남성우월주의) 시비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지난 20일 한 네티즌이 정 전 의원 지지 사이트인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 1인 시위 인증샷 게시판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는 문구를 자신의 가슴에 쓴 채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게시물은 29일까지 3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진 게재 초기만 해도 "슬럿워크(slut walkㆍ여성들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력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맞서 옷을 벗은 채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나 누드시위처럼 신선하다", "표현의 자유니 괜찮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꼼수 패널들이 이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21일 공개된 나꼼수 방송에서 패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패널인 시사인 기자 주진우씨는 27일 홍성교도소에서 작성한 정 전 의원 접견신청서에 "가슴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쓴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그러자 이들의 행태를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다음 인터넷 카페에 올린'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글에서 "슬럿워크나 모피반대 시위는 누드여야 할 이유가 있지만, 정봉주 석방을 위해 제공된 여자 가슴은 도대체 어떤 연계성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여성 네티즌은 주씨에게 쓴 글에서 "이번 사건으로 나꼼수의 여성 팬들은 그저 여러분의 '빠순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명확히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소수를 낮춰보는 행태에서 '가카'와 다른 게 뭐냐고 나꼼수에게 묻기도 했다.
유명 인사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씨는 "자칭 '진보' 남성들이 정치 이슈를 부각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를 동원하는 행태는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고 수단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비키니 사진을 올린 것은 한 개인의 자유에 속하는 행위라고 보지만 그 사진을 소비하는 마초적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마초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성징을 드러내는 석방운동을 반대하며 그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꼼수 팀과는 분명히 의견을 달리한다"며 "이 사건은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고 적었다.
한 여성학과 교수는 "나꼼수가 '성욕감퇴제를 먹고 있다'는 등 노골적으로 여성의 성을 대상화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비키니 시위를 한 여성의 행위보다, 공공연하게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