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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첫 화장장 '서울추모공원' 디자인한 김태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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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첫 화장장 '서울추모공원' 디자인한 김태만씨

입력
2012.01.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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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자락에 꽃 한 송이 모양의 건물이 문을 열었다. 얼핏 현대식 미술관으로도 보이지만 서울 지역 최초의 화장장 '서울추모공원'이다. 화장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오랜 갈등 끝에 14년 만에 서울시가 완공했다. "여느 화장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도드라지는 디자인 때문이다. 서울추모공원을 설계한 이는 건축가 김태만(46)씨다. 해안건축 대표로 있는 그는 "'모든 시설을 지하화하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오히려 '갤러리' 같은 '화장장'을 만드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18년 차 베테랑 건축가지만 그에게 화장장 설계는 처음이었다. "건축의 기본으로 돌아가 건물을 이용할 사람들의 '감정'을 되짚어 봤어요. '만약 나를 화장한다면 내 가족들은 이곳에서 어떤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신경 쓴 건 이용자의 '시선'과 '동선'이다. 간유리를 이용해 화장장 입구에서 화장로의 위치가 눈에 띄지 않도록 했고 건물 안팎에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하는 예술품 17점을 설치했다. 유족들의 심적인 안정을 위해서다. 건물들을 꽃 한 송이의 형태로 배치한 것도 고인을 보내는 마지막 길에 '헌화'를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중정(中庭)과 고별실 앞의 공간 역시 그의 세심한 노력이 묻어났다. '하늘연못'이라 이름 붙여진 중정의 연못 위엔 꽃 모양의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작품명은 '회귀'다.

건물 내부는 유족들의 동선이 운구 차량에서 내려 중정을 중심으로 화장장 입구, 복도, 고별실, 화장로, 대기실로 자연스럽게 한 바퀴를 돌도록 설계했다. 삶은 순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운구 행렬이 고별실 앞에 도착할 때까지 천장과 복도의 폭도 일정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한다. 김 대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순간이 가까워져 올 때 느끼는 극적인 감정 변화를 건물 디자인에 투영했다"고 설명했다.

"교회에선 장례식도 하지만 결혼식도 하잖아요. 화장장도 곡 소리가 울리는 슬픈 장소보다는 감정을 정화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어둡고 음습한 장소가 아닌 격한 감정이 차분하게 승화하는 장소, 종교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거죠."

그는 서울추모공원 외에도 세간에 화제가 된 건물들을 여럿 디자인했다. '세빛둥둥섬',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2012여수엑스포 국제관'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해안건축은 2008년부터 3년 연속 매년 전 세계의 혁신적인 건축물에 수여하는 AIA뉴욕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건물은 무조건 소중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음 번엔 납골당을 디자인해 보고 싶어요."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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