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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인생 역전… 49세에 의사 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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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 인생 역전… 49세에 의사 면허

입력
2012.01.2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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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도 인생 계획표를 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40대 후반의 남성이 최근 발표된 제76회 의사국가시험에 합격, 인생역전 드라마를 쓰게 됐다.

사업실패와 부도, 신용불량, 개인파산 등 숱한 굴곡으로 점철된 청ㆍ장년 시절을 보낸 김윤권(49ㆍ경북 경산시)씨가 주인공이다. 김씨는 “무기력하던 인생에 새로운 활력소가 생겼다”며 아내와 딸, 아들 세 가족에게 감사의 말을 먼저 전했다.

영남대 의대 82학번인 김씨는 대학 입학 후 생각이 많은 학생이었다. 늘 새로운 인생을 고민하던 그는 학창시절 의대 공부를 등한시한 채 시간만 보냈다. 휴학에 이은 등록만 24번이나 한 끝에 졸업도 96년 2월에야 겨우 할 수 있었다.

의사국가시험도 치러보지 않은 그는 휴대전화대리점 등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97년 말에 몰아닥친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게 됐고 2004년에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겨우 생활하던 그는 2008년 급기야 개인파산까지 신청하게 됐다. 이 사이에 부친도 세상을 떠나고 모친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등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벼랑 끝까지 내몰릴 줄은 몰랐다”는 김씨는 2009년 뒤늦게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 해 꼬박 영남대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한 그는 2010년 제75회 의사국시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지난해 치른 76회 시험에서는 실기시험까지 최종 합격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근경색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의사가 됐지만 아직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그는 우선 업무 강도가 비교적 낮은 요양병원 근무로 인생 2막을 시작할 계획이다. 요양이나 실버의료 분야 전문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딸이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입학하기 전에 의사시험에 합격해 너무 다행이다”는 김씨는 “불평없이 믿고 응원해 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나이 먹도록 가족부양도 제대로 못하고 산 것이 정말 부끄럽지만, 좌절하고 움츠려든 젊은이들에게 제 이야기가 한 가닥 희망이라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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