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는 최근 3년 사이에 학교 600여개가 다시 문을 열었다. 1990년대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했을 당시 폐교했던 학교들이다. 여자 아이의 교육을 엄격히 제한했던 이들 학교는 이제 여아에게도 읽기와 쓰기,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극단적인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던 탈레반이 최근 여성 교육과 마약거래 중단 등 평화 이미지 심기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탈레반의 거점 지역이자 여아 문맹률 90% 수준인 로가르주에서 여아들을 직접 가르치며 교육 연계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탈레반의 고위 성직자 마울비 칼라무딘(60)은 "여자 아이도 남자 아이처럼 배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주요 수입원인 마약 재배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9ㆍ11테러 이후 무너졌던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을 회복하고 지역 주민의 삶을 위해 마약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카타르에 평화협상을 위한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겠다고 밝힌 것도 변화의 징후다. 미국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탈레반 고위 간부 5명을 이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화답했다.
탈레반의 변화에 대해 아프간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미드 카르자이 현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탈레반이 정권 획득 이후 필요한 다양한 지식 계층의 양성을 위해서라도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이 아프간 철군을 완료하는 2014년께 정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커티스 스카파로티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등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변화인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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