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는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인수합병(M&A) 열풍을 배경으로 탐욕스런 기업 사냥꾼의 얘기를 다룬다. 월스트리트 거물 ‘고든 게코’의 하수인이 되어 화려한 머니 게임을 배우는 청년 ‘버드’는 아버지가 평생 근무한 항공사가 경영난에 허덕이자 게코에게 그 기업을 살리자고 제안한다. ‘블루스타’라는 그 항공사는 버드에겐 단순히 주식차트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기업의 하나가 결코 아니다.
■낡아빠진 노후버스처럼 전락했지만, 한 땐 긍지와 활력이 가득했던 회사였다. 아버지는 망치 소리와 그라인더 소음으로 늘 어수선한 생산라인에서 꿈과 희망을 키웠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으로 시름을 달랬고, 땀 흘려 번 돈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집을 장만했다. 기업이 생산의 용광로이자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시절의 추억이 깃든 회사였다. 하지만 게코는 회사를 살리긴커녕 투기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면서 버드와 대립한다.
■영화는 게코와 버드를 통해 기업에 대한 두 개의 대립적인 생각을 충돌시킨다. 버드나 그의 아버지에게 기업의 가치는 수익을 초월한다. 그건 논이나 밭, 농장과 같은 삶의 터전이다. 장기적 생존과 발전이 단기적 성과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게코에게 기업 가치는 곧 주가일 뿐이다. 따라서 경영에서도 당장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단기 생산성과 수익성 제고가 중요하다. 금융이 실물을 압도하면서 최근까진 게코 같은 생각이 경제 시스템 전반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변화의 기류는 확실하다. 최근 새해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지향해야 할 경제의 모습을 ‘굳건한 경제(an economy built to last)’로 설정했다. 수익성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월스트리트식 경제와 달리, 토지처럼 변함없이 오래 유지되면서 국민에게 삶의 터전이 되는 경제다. 게코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버드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굳건한 경제’를 일구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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