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재정주권을 유로존에 넘기라는 제안서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자 그리스가 발끈하며 거부했다. 그리스가 민간채권단과 손실부담을 놓고 벌이는 협상은 이번 주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유로존의 그리스 불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가 국제 채권자들이 정한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예산 결정을 할 경우 유로존 예산위원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그리스 정부가 국가 수입을 채무상환에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사용토록 하는 법안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안대로라면 그리스에서 활동하는 유럽 기관들이 그리스의 재정정책에 확실한 결정권을 갖는 것이라고 한 독일 관리가 전했다. 제안서는 "그 동안 그리스 정부가 보여준 실망스러운 이행을 고려하면, 그리스는 재정주권을 일정기간 유럽에 넘기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판텔리스 카프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그리스 예산은 그리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도 "핵심 결정은 그리스 정부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BBC방송은 이 제안서가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며 독일과 다른 유럽국가들이 그리스에 참을성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민간채권단 협상 이번주 타결 가능
그러나 그리스가 재정위기 타결을 위해 민간채권단과 벌이는 손실부담(PSI) 협상은 곧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와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협정을 맺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와 찰스 달랄라 국제금융협회(IIF) 소장은 28일 국채 교환에 대해 논의했는데 수일 안에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는 2,00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국채를 50% 손실 처리하는 대신 30년 만기 장기채권과 현금을 받기로 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를 통해 3,500억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국채 가운데 1,000억유로를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양측이 신규 장기채권금리를 4% 이하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트로이카와 2차 구제금융협정 체결을 위한 최종협상도 하고 있는데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재정긴축과 개혁작업이 추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 금액은 당초 예상보다 150억유로가 늘어난 1,450억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트로이카 팀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근거로 보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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