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인과 흑인 고객 사이의 말다툼이 인종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여 한인동포사회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발단은 지난달 9일 댈러스 남부 흑인 밀집 거주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40대 한인 박모씨와 흑인 목사 제프리 무하마드씨가 주유 가격을 놓고 벌인 말다툼이다.
외교통상부와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무하마드씨는 박씨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인근 주유소보다 비싸고 10달러 이하 결제 시 직불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항의하면서 5달러어치 주유를 요구했다. 박씨가 최소 주유 판매액이 10달러어치라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자 화가 난 무하마드씨가 "당신이나 당신 나라로 가라"고 받아쳤고 박씨는 "그럼 당신은 아프리카로 가라"며 맞섰다.
무하마드씨는 이에 흑인 주민을 규합, 주유소 앞에 모여 '여기서 물건 사지 말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하며 영업을 방해했다. 주유소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고객에게는 '박씨가 N자(검둥이) 등 인종비하 발언을 했다', '흑인 여성들의 가방을 뒤지고 때렸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렸다.
박씨가 무하마드씨를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는 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다쳤다. 그러자 흑인들은 시청으로 몰려가 강력히 항의하는 한편 지역 언론사에 인종차별을 당했다며 보도를 요청했다. 영향력 있는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발전협회(NAACP)와 흑인계 이슬람 단체 네이션오브이슬람(NOI)에도 사건을 신고하고 대응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흑인 주민 사이에 반한감정이 커지자 경찰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탄생기념일인 16일 축하 퍼레이드에 참가한 흑인들이 박씨의 주유소를 지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폭동진압 경찰 병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자 미주 동포사회 지도층은 NAACP 등을 상대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동포사회를 대표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유진철 회장은 28일 NAACP 지도급 인사와 접촉해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댈러스를 담당하는 휴스턴 총영사도 29일 댈러스를 방문한다.
댈러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7만5,000여명이며, 이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점포는 1,000여개로 파악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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