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2위(자산규모 기준) 금융지주회사로 도약하게 됐다. 하지만 당국의 승인은 시작일 뿐이다. 아직 여러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남은 숙제를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하나금융의 실질적인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김승유 회장 연임할까
김승유 회장의 연임 여부는 3월 말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외환은행과의 원활한 통합을 위해선 김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데다 ‘2인자’ 김종열 사장이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결국 김 회장이 퇴진 의사를 철회하는 모양새가 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연임 때 상황이 재연(再演)되는 셈이다.
김 회장 역시 연임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진 않고 있다. 그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후임에 대한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도 퇴임 의사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1943년 8월생인 김 회장은 2013년 말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외환은행 노조 저항 어디까지
외환은행 노조는 당국의 인수 승인이 떨어진 직후 “불법과 특혜로 점철된 매각 승인을 원천무효로 만들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경고하고 파업 준비투쟁에 돌입했다. 김승유 회장은 “노조 측에 진지한 대화를 요청하겠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고려치 않고 있다”며 무마에 나섰지만, 조만간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고위관계자도 “노조가 흥분한 상태에서 당장 대회가 되겠냐”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승인이 무효라는 주장은 명분일 뿐 이제 하나금융이 조직ㆍ인원 등 외환은행의 원형을 얼마나 유지해줄 것이냐가 노조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라며 “결국 하나금융이 이들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주고 반응하냐에 따라 외환은행 노조의 투쟁 강도와 기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 책임론 수그러들까
론스타의 탈출 시점이 양대 선거와 맞물린 탓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당국 책임론이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조사 요구안과 감사원 감사 요구안, 대정부 촉구 결의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또 지난달 당내에 ‘론스타대책특위’까지 설치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적극적인 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줄곧 반대해온 금융노조가 작년 12월 민주통합당 창당과 지도부 선출 과정에 깊숙이 간여했기 때문이다. 실제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론스타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금융노조의 영향력을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책임론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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