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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제화상품권 '액면가 절반'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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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제화상품권 '액면가 절반' 유통

입력
2012.0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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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2)씨는 지난 주말 서울 시내 A제화 상설매장을 찾았다. 백화점에서 20만원 이상 하는 구두를 살 수 없어 30~70% 세일을 하는 상설매장을 방문한 것. 김씨는 당초 가격에서 50% 넘게 할인돼 9만원대에 나온 구두 한 켤레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지갑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계산을 기다리던 한 남자가 "제 값 주고 사려구요?"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이 매장을 들르는 손님 대부분이 매장 바로 앞 가판대에서 25~27% 할인하는 A제화 상품권을 구매해 구두를 사고 있었던 것.

김씨처럼 9만원대의 구두를 살 경우 10만원권 상품권을 가판대에서 7만원대에 구입하면 2만원의 이득을 보게 된다. 결국 김씨는 구두를 사면서 업체로부터 세일로 할인을 받고, 다시 상품권으로 또 한번 할인을 받아 당초 가격의 무려 65% 할인을 받은 셈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구두 판매업체는 이렇게 팔아도 남는 것일까, 그렇다면 구두의 진짜 가격은 얼마일까,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이는 터무니 없이 싼 제화상품권이 만들어낸 기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우선, 통상 제화상품권은 시중에서 20%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된다. 할인율이 2~3%인 백화점 상품권에 비하면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무분별한 제화상품권의 발행"을 원인으로 꼽는다. A제화업체조차 "연간 발행되는 제화상품권의 수량을 모른다"고 할 정도다.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유통상의 문제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구두상품권의 발행도 문제지만, 여기에 더해 매장이나 정식 판촉사원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판매되는 제화상품권 유통채널이 암암리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부 제화업체들이 하청업체들에게 대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하청업체들은 이를 다시 특정 개인들에게 싸게 넘겨 현금화하고, 이들 개인들은 또 한 차례 값을 후려쳐 상품권을 다시 유통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흘러 들어온 제화상품권들이 오픈마켓 등 온라인을 통해 대규모로 거래되면서 액면가의 최대 40%가 넘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할인 판매된다. 실제로 오픈마켓 11번가에선 26일 금강제화 10만원권 상품권이 약 26.5% 할인돼 7만3,500원, 에스콰이어 10만원권 상품권은 6만1,000원으로 39% 할인 판매됐다. 상품권 판매사이트 티켓나라에선 금강제화 10만원 상품권이 32%가 할인돼 6만8,000원, 에스콰이어 10만원 상품권은 5만3,000원으로 47%나 쌌다. 제화상품권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7%까지 액면가보다 싸게 팔리고 있는 것.

헐값이 된 제화상품권은 역으로 구두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대폭 할인된 상품권으로 구두를 살 것이니, 이런 정황이 감안돼 구두 가격에는 이미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B제화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한 신발브랜드들은 백화점 수수료와 매장유지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데다가, 세일도 하고, 상품권으로 할인까지 해줘야 하니 원래 판매가격을 높게 잡아놓고 마치 사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생색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싸게 산 구두의 값이 싼 게 아닌 셈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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