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사퇴하자 정치권에선 "현 정권을 괴고 있던 큰 받침대가 결국 빠졌다"는 말이 나왔다. 'MB의 멘토'로 불리며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깊숙이 관여해 권력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던 최 위원장이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최 위원장의 사의를 받아들였지만 대단히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계 입문부터 대통령 당선 때까지 후견인 역할을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이재오 의원에 이어 현 정권의 3번째 공신으로 꼽히기도 한다.
최 위원장을 비롯해 '이 대통령 만들기'에 의기투합했던 '6인 회의' 멤버들이 잇따라 쇠락의 길을 걷게 되자 "현 정권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 위원장은 2007년 대선 직전에 이 대통령, 이상득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 김덕룡 민화협 의장 등과 함께 6인 회의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이상득 의원은 측근 비리로, 박 의장은 돈 봉투 사건으로 각각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 정권을 태동시킨 '원로 개국 공신'들이 이 대통령의 임기 1년을 앞두고 잇따라 퇴진하고 있는 것이다. .
최 위원장은 현정부 출범과 함께 2008년 초대 방송통신위원장에 오르며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비롯해 방송통신 분야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며 '방통대군'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경북 영일군에서 태어나 이 대통령과 동향인 최 위원장은 이상득 의원과는 서울대 동기생이다. 1964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에 발을 들였고 언론통폐합 이후 동아일보에서 정치부장, 부국장 등을 지낸 뒤 94년부터 2007년 대선 때까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회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방통위원장 연임에 성공한 최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는 측근 비리 연루 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중도 하차'여서 정권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핵심 측근인 정용욱씨가 수뢰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26일엔 일부 언론에서 최 위원장이 정씨를 통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에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6인회의 멤버들의 퇴조는 정권이 말기에 접어들었음을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라며 "마지막 보호막이었던 실세그룹들이 물러나면서 이 대통령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당과의 관계 설정 등 정치 현안을 돌파하는 데 부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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