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모두 4∙11 총선 공천심사위원장을 찾기 위해 당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양 당의 공심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엔 비(非) 당원이거나 정치권과 무관한 외부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야는 "국민 눈 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당의 명운을 좌우할 총선 공천을 외부 인사에게 맡기는 것은 책임 정치와 정당 정치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야는 외부 인사를 공심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데 대해 '계파 갈등이나 특정인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공정 공천을 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도로 커졌기 때문에 외부 인사에게 공천 심사를 맡기려는 것이다. 여야는 당내 의원 등 내부 인사에게 맡겼다가 '정치인들이 또 끼리끼리 나눠 먹으려 하느냐'는 비판을 받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엔 어느새 '공심위원장을 포함해 공심위원 중 외부 인사의 비율이 높을 수록 개혁적 공천'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외부 인사에게 공심위를 맡긴 뒤 공천에서 완전히 손을 뗄 생각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정종섭 서울대 법대 학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 대표를 지낸 손봉호 나눔국민운동 대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공심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다. 인명진 목사와 법륜 스님 등 성직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당원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공천 기준'을 정하는 것도 비 당원인 비대위원들에게 맡긴 상태다.
11~13명 수준인 공심위원도 대부분 외부 인사로 채우되, 4명 정도를 내부에서 뽑을 전망이다. 여기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박진, 홍정욱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도 외부인 중심의 공심위원장 후보군을 3, 4명으로 압축했다. 비당원인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거명되고 있고, 당내 인사 중엔 시민운동가 출신인 이학영 전 YMCA 사무총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공천을 외부인에게 맡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우선 '여야가 당장 인기를 얻기 위해 스스로 정당 정치를 훼손하고 있다''축구 대표팀 선발을 축구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화학자들에게 맡긴 셈' 등의 비판과 자조가 나온다. 외부인 출신의 공심위원장이 100% 공정한 공천을 보장할지도 의문이다. 여야는 18대 총선 때도 공심위원장을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한나라당)과 박재승 변호사(당시 통합민주당) 등 외부인에게 맡겼었지만, '쪽지 공천' 논란이 끊이지 않았었다. 당시 민주당에선 박 변호사가 정치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공천 물갈이를 강행해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여야가 공천 과정에서 객관성과 불편부당의 가치를 우위에 둘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공천은 정당 본연의 업무인 만큼 당 내부 사정과 정강정책 등을 잘 아는 인물에게 맡기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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