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3일, 중국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안(太原)의 한 공장건물 4층에서 여성 근로자가 투신 자살했다. 이 여성이 쓴 유서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실망감에 절망을 느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자살은 처음이 아니었다. 최근 2년 사이 이 공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무려 13명이나 됐다.
'자살공장'이란 별명까지 붙은 이 공장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인 팍스콘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전담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애플의 중국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과중한 업무강도와 심각한 안전문제로 생명을 잃거나 부상당하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중국 노동단체와 애플의 중국공장직원 증언 및 기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된 이 NYT기사에 따르면 애플의 중국 공장 노동자들은 사실상 '노동착취'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근로자는 1주일 내내 서서 일을 하기 때문에 다리가 부어서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 이곳에는 미성년자들도 일을 하고 있고, 유독성 폐기물까지 불법 처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애플의 위탁생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년 전, 부품업체들이 아이폰 스크린을 씻는 데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도록 지시한 이후 중국 동부에 있던 부품업체에선 137명의 근로자가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청두(成都) 등 아이패드 공장에서 2번의 폭발사고로 4명이 죽고 77명이 다쳤다.
최고 보안 및 안전시설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춘 곳으로 잘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의 애플 본사 환경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풍경이다. 팍스콘에서 근무했던 한 근로자는 "애플은 제품의 품질향상과 생산비 절감 이외에는 어떤 것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미국 안에는 공장을 두지 않고 있다. 임금과 제반 비용이 저렴한 해외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다. 미국 최고의 IT기업이지만 본사직원 외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전혀 기여하는 게 없기 때문에, 이런 애플의 생산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종종 논란이 됐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실리콘 밸리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에게 "아이폰이 왜 미국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가"라고 물었다. 물론 여기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주저 없이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연성과 근면성, 숙련도 등에서 미국 근로자 보다 외국 근로자들이 훨씬 앞서 있다는 얘기였는데, 돌려 말하면 비용이 싸고 인권ㆍ환경규제 등이 적은 곳에서 생산하겠다는 뜻이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착취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애플은 최근 부품업체의 외부감시를 위해 미국 인권단체인 '공정 노동위원회'에 가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낮은 생산비용을 최우선시하는 애플의 정책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선전에 힘입어 사상 최대인 매출 463억3,300만달러에 173억4,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애플의 화려한 실적 뒤에는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이 숨어 있다" "애플이 혁신적인 기업인 것은 맞지만 적어도 착한 기업은 아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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