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등록금을 주도해 온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들이 정부의 유인책과 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가 27일 서울 주요 사립대 30곳의 등록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수준을 장학재단에 통보하도록 한 이 날까지 등록금을 결정하지 않은 대학이 절반이 넘었고(16개), 14개 대학은 평균 3.9% 인하에 그쳤다.
14개 대학의 인하율 3.9%는 4년제 대학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공언해 온 '5% 인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5%를 초과해 등록금을 낮춘 대학은 추계예대(10%)와 상명대(7%)뿐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113개 대학 등록금을 감사한 결과 15% 정도 등록금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시늉만 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등록금이 비싸기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연세대(869만2,000원), 이화여대(869만원), 성균관대(850만8,000원) 등은 인하를 결정한 대학에 들지 않았다. 연세대는 다음달 총장이 교체될 예정이라는 이유로 학생들과의 협상을 미루고 있고, 이화여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한번도 열지 못한 상태다.
등록금 결정을 미루고 있는 대학들은 인하폭을 줄이기 위해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명목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대 등 대학의 자구노력에 따라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금 재원을 지원하겠다는 등록금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요 사립대에는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신입생 모집에 걱정이 없는 명문 대학일수록 정부 정책이 먹히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사립대 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하는 등 제재를 하고 있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신입생충원율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수도권 대학은 등록금을 낮춰서라도 신입생 모시기에 나서야 하는 지방대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서울에서는 지난해 교과부 평가 결과가 안 좋았던 대학이나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학재단은 대학의 명목등록금과 관련해선 인하분만큼, 장학금 확충에 관해선 30% 가량 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상 등록금 올리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대학들은 등록금 인하보다는 장학금 확충으로 때우려는 분위기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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