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50분에 걸친 각본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노박 조코비치(랭킹1위ㆍ세르비아)였다. 2009년 호주오픈테니스에서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과 페르난도 베르다스코(24위ㆍ스페인)가 보여준 5시간14분에 걸친 혈투 이후 최장의 준결승전이었다. 경기시간만큼 내용도 알차고 풍성했다. 25~30차례를 넘나드는 숨막히는 랠리가 속출해 만원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제3세트는 88분에 걸쳐 물고 물리는 난타전을 펼쳤다.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가 27일(한국시간) 오후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 아레나경기장에서 열린 2012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앤디 머레이(4위ㆍ영국)를 풀세트 접전끝에 3-2(6-3 3-6 6-7 6-1 7-5)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이로써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에 이어 올 시즌 첫 메이저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까지 3개 대회 연속 우승컵 사냥에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조코비치의 결승 상대는 나달. 하지만 나달은 지난해 조코비치에게 결승에서만 6전 전패를 당해 심리적으로 무척 위축된 상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조코비치의 우위를 점친다. 그러나 조코비치가 이날 머레이와의 준결승전에서 탈진에 가까운 체력고갈을 보여 변수로 꼽힌다. 특히 나달이 하루 앞서 결승에 선착해 결승전이 열리는 29일까지 이틀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반면 조코비치는 28일 하루만 쉴 수 있어 불리한 형국이다.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제5세트. 조코비치가 게임스코어 3-2으로 앞선 가운데 머레이의 서브게임을 따내면서 승기를 잡는 듯 했다. 조코비치는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4-2로 달아났다. 그러나 머레이의 반격에 조코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머레이는 내리 2게임을 브레이크 하면서 극적으로 5-5 균형을 맞췄다. 경기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내줄 뻔한 자신의 서브게임을 듀스접전 끝에 갈무리 한 뒤 머레이의 서브마저 브레이크하면서 290분에 걸친 대하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었다.
조코비치는 서브에이스와 위닝샷에서 각각 11-9와 49-47로 앞섰지만 승부처인 브레이크포인트 26번 기회 중 11번(42%) 성공시켜 머레이를 압도했다. 반면 머레이는 24번 찬스 중에서 7번(29%)만 자신의 점수로 연결시켰다.
머레이는 최근 전 세계랭킹 1위 이반 랜들(미국)을 상임코치로 영입하는 등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향해 승부수를 띄웠지만 지난해에 이어 조코비치의 벽에 막혀 무릎을 꿇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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