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마라톤/이채원 지음/현대문학 발행·292쪽·1만2,000원
현대문학이 신인추천 제도의 장편소설 부문을 부활한지 12년 만에 나온 당선작인 <나의 아름다운 마라톤> 은 마라톤을 소재로 인생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이채원(54)씨의 첫 장편소설로 2010년 당선된 이후 1년의 퇴고 과정을 거쳐 출간됐다. 나의>
소설은 난생 처음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여자 주인공을 화자로 풀코스 참가일 3주 전부터 경기 당일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불임 진단을 받고 아이 없이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여자는 지방 근무를 하던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자신보다 앞서 마라톤을 하던 남편이 외도 상대와 처음 관계를 한 날이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날임을 알게 된 후였다.
인생은 끊임 없는 달리기와 다를 바 없다. 그 의미를 되새기는 주인공에게 달리기는 곧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다. "나는 왜 달리는가. 내가 설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결국 무엇에 도달하기 위해 달리는 것일까. 남편을 똑바로 보겠다는 것. 그것일까. 실은 나의 달리기도 결국은 어제의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과거의 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241쪽)
풀코스 준비를 위해 245㎞ 넘는 거리를 달리면서 주인공은 사고로 죽은 시숙 아이의 발 사진을 간직한 남편이나 친구의 꽃신을 훔친 시어머니, 불임으로 이혼한 친구 미연의 아픔에도 조금씩 접근해가며 자신의 삶을 회복한다. 실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며 달리기를 즐기는 작가는 후기에서 "마라톤 경주에서 이 장편소설을 떠올렸다"며"원고지 1,000매를 채운 순간 내 삶이 정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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