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회계 부정과 관련된 내홍을 잠재우기 위해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KFA는 27일 공석으로 있던 사무총장 자리에 김주성(46) 국제부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KFA 내의 '연공서열'을 무너뜨린 파격적인 조치다. KFA 행정의 총 책임자였던 김진국 전무이사의 사퇴와 궤를 같이 하는 인사로 풀이된다.
KFA 노조는 26일 행정지원국 직원이었던 A씨의 회계 부정 사실을 알고도 이를 축소ㆍ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로 김 전무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KFA 노조에 따르면 KFA 법인 카드를 관리하며 2,490만원을 횡령한 A씨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희망 퇴직 처리가 됐고 2년 연봉에 해당하는 1억 5,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 받았다. 이와 관련해 KFA 노조는 A씨에 대한 비상식적인 인사의 책임을 지고 KFA 행정 총책인 김 전 전무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전무는 '비리 직원 감싸기' 의혹과 무관함을 주장했지만 결국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축구 발전에 누가 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평소 소신에 따라 물러나겠다. 다만 내가 비리 직원을 감싸거나 관련 사건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무의 퇴진으로 KFA 행정은 당분간 김 신임 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됐다. 현역 시절 축구 대표팀의 간판 스타로 활약했던 김 총장이 한국 축구 행정의 총 책임자로 부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신임 김 총장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회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올해의 선수'를 독식했다. 치렁치렁한 헤어 스타일과 돌파력으로 '야생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999년 부산에서 유니폼을 벗은 김 총장은 축구 행정가의 길을 선택했고 2001년 기술위원으로 KFA에 입문, 국제부장과 국제국장을 역임하며 한국 축구의 대외 업무를 담당해왔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까지 준 사실이 드러난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특정감사를 한다고 27일 밝혔다. 체육회는 30일부터 사흘간 축구협회 회계담당 직원의 횡령 혐의 및 퇴직 위로금 지급에 관한 제반사항에 대해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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