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대군'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3년 10개월 재임기간 동안 주요 정책들은 대부분 난맥상을 보였다. 2008년 3월 방통위 초대 위원장에 취임한 그는 종합편성(종편)채널 특혜 몰아주기 등 정치적 이해에 따른 행보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연임 이후 역점을 두겠다던 통신 분야에서도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통신비 인하를 비롯해 어느 것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 위원장의 취임 직후 첫 '작업'은 공영방송 장악이었다. 이사회 등의 형식적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정연주 KBS 사장에게 억지 배임 혐의를 씌워 몰아내고 그 자리에 이병순, 김인규 사장을 앉힌 것이나 역시 낙하산 격인 김재철 MBC 사장의 선임에 방통위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양대 공영방송은 줄곧 공정성 훼손 논란으로 들끓었고 결국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 사태까지 불렀다.
그 후 방통위의 방송 정책은 '종편 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의무전송 채널 지정이나 광고 몰아주기 등 무리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보수신문들이 대주주인 4개의 종편이 탄생해 직접 광고영업을 하며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편들은 1%도 안 되는 저조한 시청률과 어처구니 없는 방송 사고 되풀이 등으로 조롱 받는 처지에 몰렸다.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 속에 정권이 바뀌면 청문회나 검찰 수사 감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정가와 방송가에 나돌고 있다.
미디어렙 입법 지연으로 지역ㆍ종교방송이 고사 위기를 맞는 등 미디어 생태계가 망가지는 상황을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지상파-케이블 사업자간 재송신료 분쟁도 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아 KBS 2TV 방송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부르기도 했다.
'최시중 방통위'에 대한 통신계 쪽 평가는 한마디로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는 것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와이브로(초고속 휴대인터넷)와 인터넷(IP) TV는 성장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는 이동통신 기본료 1,000원 인하 등 반쪽짜리에 그쳤다.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은 수차례 무산됐고, 주파수 정책은 중장기적 대책 없이 무제한 입찰 방식을 도입해 돈 잔치로 변질됐다.
결국 방송도, 통신도 문외한일 뿐 아니라 권력의 최측근인 인물에게 공정성과 균형, 신뢰성 등이 생명인 방통위의 수장을 맡김으로써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평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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