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 문제로 교육당국끼리 정면 충돌하는 바람에 각급 학교가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학생지도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서울시의회에 제출된 재의요구를 철회하고 조례를 공포한 데 따른 사태다. 교과부는 조례 시행을 막겠다며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오히려 새 학기 시행을 서두르고 있어 일선 학교의 고충이 크다.
곽 교육감은 1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0만원 선고를 받았지만 구속에서는 해제됐다. 따라서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진 업무에 복귀해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 조례 재의요구를 철회하고 공포를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곽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한 후 장관이 요청한 재의요구 지시에 불복한 점과 조례 자체의 상위법 충돌 등의 문제점을 들어 곽 교육감의 행보와 조례 시행을 강경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문제는 당장 각급 학교가 겪고 있는 혼란이다. 2월 중 조례 적용을 위한 매뉴얼을 배포해 구체적 학칙 개정을 추진한다는 시교육청의 계획에 맞추려면 일선 학교는 지금부터 온통 그 일에 매달려야 한다. 그러고도 조례에 맞춰 두발과 복장을 자유화할지 말지, 교내 휴대폰 사용을 허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지 등 구체적 생활지도방안은 마련하지도 못한 채 새 학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앞서 곽 교육감이 조례 강행을 추진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새삼 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문제로 정치적 갑론을박을 벌일 만큼 현실이 한가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교육당국 간의 대립으로 새 학기 학교폭력과 '왕따' 대책 같은 절박한 문제는 고사하고 기본적 학생지도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조례는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 아닌 만큼, 곽 교육감은 법원 판결 때까지라도 학교의 혼란을 막는 차원에서 일단 시행을 유보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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