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가장 효과적인 선전 매체, 프로퍼갠더(propaganda) 수단으로 꼽힌다. 삶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는 듯한 환상을 관객에게 주는 독특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옛 소련의 프로퍼갠더 영화 선구자 베르토프는 영화의 눈(cinema eye)이 포착한 현실의 단편을 조합한 영화적 진실(cinema truth)은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혁명 이데올로기를 선전ㆍ선동하는 영화는 현실을 주관적으로 왜곡하기 마련이다.
■ 나치 프로퍼갠더 이론을 제시한 히틀러는 숫제 "객관적 진실을 좇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중은 냉철한 이성보다 감성에 지배되고 인식력도 낮기 때문에, 정의에 유리한 측면만 단순하게 정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선악과 애증 등의 흑백논리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일깨울 것을 촉구했다. 아리안족의 우수성과 유대인의 사악함을 대비시킨 프로퍼갠더 영화를 공 들여 제작한 바탕이다.
■ 영화'부러진 화살'도 석궁 사건과 재판 과정의 객관적 진실이 아닌 주관적 진실을 앞세워 관객과 대중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왜곡된 진실은 언뜻 석궁 테러를 저지른 교수의 주관적 진실로 비치지만, 정확하게는 영화를 만든 이들이 현실의 단편을 편의적으로 조합해 창조한 영화적 진실이라고 할 만하다. 문제는 그조차 사법부의 그릇된 관행과 부정적 현실을 픽션으로 그리지 않고, 구체적 사건과 재판의 단편을 제 멋대로 왜곡해 짜 맞춘 것이다.
■ 제작에 동참한 감독과 배우, 변호사는 교수의 무죄 확인과 사법부 개혁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판 기록으로 남은 명백한 사실조차 왜곡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그걸 뜻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정치와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는 모습은 혁명 이데올로기 선전ㆍ선동을 닮았다. 영화 제작에 앞장섰다는 배우 문성근이 이름부터 선동적인'백만 민란'을 이끌다 단숨에 야당 지도부에 오른 것이 예사롭지 않다.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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