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은 서로를 어떻게 볼까. 유럽 6개국 대표 일간지들이 공동기획으로 ‘유럽인의 고정관념’을 조사해 2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다른 다섯 나라 국민에게 ‘술에 취해 반쯤 옷을 벗은 훌리건’으로 각인돼 있다. 계급주의자, 속물, 완고한 자유시장주의자 등의 이미지도 강했다. 프랑스인은 쇼비니즘(광적인 국수주의)에 빠진 섹스광, 거만하고 비열한 사람으로 그려졌다. 독일인은 근면하고 효율적이며 규율이 잡혀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휴일에 좋은 일광욕 자리를 차지하려고 법을 어기기 일쑤라는 상반된 지적을 받았다. 폴란드인들은 ‘술독에 빠진 극우 가톨릭주의자’ ‘반유대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탈리아 사람은 ‘마마보이’가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성추문을 달고 다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 빗대 ‘베를루스코니 스타일의 연애를 즐기는 라틴 남자’라고 한 사람이 많았고, ‘탈세꾼, 수다꾼’이라는 대답도 적지 않았다. 스페인 사람들은 ‘밤이슬을 밟고 다니는 마초’로 기억됐다. ‘시에스타(낮잠)와 피에스타(축제)에 빠져 일은 하지 않는 국민’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가디언은 “게으른 남유럽, 오만한 북유럽이라는 식으로 서로 손가락질하는 비율이 늘었다”며 “유럽 경제위기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르몽드의 장 미셸 노르망 칼럼니스트는 “프랑스인이 거만하다는 편견은 최근의 경제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며 “위기 상황에서 프랑스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정관념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엘파이스의 카르멘 모란은 “스페인에 대한 인식은 휴가철에 본 단편적 인상일 뿐”이라며 “스페인 국민의 평균 노동시간(38.4시간)은 독일(37.7시간) 등 다른 나라보다 길다”고 강조했다. 라스탐파의 마시모 그라멜리니도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연금 및 세금을 끝전까지 정확하게 낸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가디언(영국) 르몽드(프랑스) 쥐드도이체자이퉁(독일) 라스탐파(이탈리아) 엘파이스(스페인) 가체타(폴란드)가 참여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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