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고장난 부품을 구하지 못해 F-4E(팬텀) 전투기 조종사 교육용 시뮬레이터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 교육이 부실해지면서 안전사고는 물론 공군의 전투력도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공군에 따르면, 대구의 11전투비행단과 충북 청주의 17전투비행단에서 운용하고 있는 팬텀 전투기 시뮬레이터에서 2008년부터 2011년 7월 말까지 총 69건의 결함이 발생했다.
조종사가 항공기 밖을 볼 수 있도록 설치된 화면에 영상이 뜨지 않는가 하면 레이더와 레이더 경보장치, 항법ㆍ공격시스템 등 주요 장비가 줄줄이 오작동을 일으켜 도저히 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시뮬레이터 사용실적은 2008년 1,007건에서 2009년 876건, 2010년 418건으로 급감했다. 2011년에는 사용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사실상 용도 폐기된 셈이다. 팬텀 전투기 시뮬레이터는 미 L-3컴사의 제품으로 1대당 60억원의 고가이지만 주요 부품의 생산이 2007년 8월 중단됐다.
공군은 팬텀 전투기 60대, 개조형인 RF-4C정찰기는 2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공군 전체 전투기 숫자 400여대의 20%를 차지한다. 민첩성은 떨어지지만 탁월한 무장능력이 강점이다. 그래서 도입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공군은 짧게는 2015년, 길게는 2020년까지 팬텀 전투기를 계속 운용할 계획이다.
공군 지휘부는 고민에 빠졌다. 시뮬레이터는 적은 비용으로 조종사를 양성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나 오작동이 잇따르자 2010년 4월부터 11전비와 남부전투사령부, 군수참모부 등에서 상부에 장비 도태를 건의했다. 공군본부는 1년 넘도록 검토에 재검토를 거듭하다 최근에서야 운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공군은 궁여지책으로 도태항공기 모형을 놓고 훈련을 대신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제작한 시뮬레이터도 있지만 실제 팬텀 전투기와 달리 후방석이 없어 전방석에서만 조종절차를 습득하는 반쪽 훈련에 그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공군 관계자는 "시뮬레이터는 83년에 들여온 노후장비라 어차피 사용연한이 거의 다 됐다"며 "다른 훈련 장비도 많기 때문에 조종사 교육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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