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벌금형 선고가 내려지자 한 검찰 간부는 기자들에게 "지구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화성인 판결"이라고 법원을 비판했다. 말이 비판이지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사법역사상 유례가 없는 황당한 판결"이라며 법원 때리기에 가세했다. 법원 판결에 대한 검찰의 성토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격조와 품위마저 내팽개친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했을 때도 검찰은 "단 한 글자도 받아들일 수 없는 엉터리 판결" "무죄 선고를 내기 위한 표적 판결" 등 극단적 표현을 동원해 법원을 공격했다.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 중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에도 검찰은 "법원 때문에 수사를 못 해 먹겠다"고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검찰이 재판의 한 당사자로서 법원의 판결과 결정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처럼 도를 넘어서는 표현은 보기 불편하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떼를 쓰는 악성 민원인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제로 일부 시민들은 26일 오전 곽 교육감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담당 부장판사의 집에 계란을 던지기까지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조인끼리 격에 맞는 비판을 해야지, 그런 식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검찰의 기개냐"고 비꼬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김형연 판사는 25일 법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검찰의 이 같은 반응은 "눈앞의 사건 결과에만 급급해 재판부를 인신공격하는 민원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절제되지 않은 검찰의 과격한 언사는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결국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 검찰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국민들은 협상 내용보다 '검찰이 하는 일은 오류가 없다'는 식의 검찰의 오만한 태도를 더 문제 삼았다.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무죄 확정 판결을 했지만 검찰 간부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황당한 혐의로 기소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법원 판결에 대한 검찰의 비판에 수긍이 가는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사람들에게 와 닿지 않는 것은 검찰의 오만한 태도, 거기서 비롯된 과잉반응 때문이다. 최근 옷을 벗은 한 전직 검찰 간부는 "검찰청사 밖에 나가 보니 사방에 검찰의 적이더라"고 말했다. 곱씹어볼 말이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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