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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 충돌/ 일선학교 "어느 장단에…" 학칙개정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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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생인권조례 충돌/ 일선학교 "어느 장단에…" 학칙개정 우왕좌왕

입력
2012.01.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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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됐지만, 조례가 적용될 일선 학교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 간 갈등의 한복판에서 혼란에 빠졌다. 시교육청은 매뉴얼 보급 등 조례 시행을 강행하고 있으나 학교들은 무효가 될지도 모르는 조례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통과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복장의 자유, 휴대폰 사용, 교내 집회의 자유 등에 대해 단서 조항을 학교들이 학칙으로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학교와 학생이 합의해 '수업시간에는 휴대폰을 꺼서 가방에 넣어두고, 지키지 않으면 과제를 한다'와 같은 규정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조례무효확인소송 제기로 시행 자체가 불투명해 학교로서는 학칙개정 논의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다. 서울 S초등학교 5학년 담임 이모 교사는 "과거 체벌금지 지침 등으로 학칙을 개정했을 때 학생, 학부모 의견수렴 및 회의로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새 학기 적용이 빠듯하다"며 "교과부가 무리하게 소송까지 하니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표현이 딱"이라며 "방향이 명확하면 교사들과 학생회 대표들이 회의라도 할 텐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다"고 난감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가 조례시행을 무작정 미루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역 중학생 서준영(14)군은 "많은 학교에서 교과부의 문제제기를 이유로 학칙개정을 미루고, 학생들이 반발해도 귀담아 듣지 않을 것 같다"며 "초중고의 학생회는 발언권이 약해 학교와 부딪치며 버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학생 곽건호(16)군 역시 "경기도에서도 학생 권리를 최소화하려는 학교에서는 두발자유만 보장되는데 그쳤다"며 "서울은 교과부의 제동까지 있어 학생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학칙을 마련해야 하는 조항만이 문제가 아니다. 가령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제5조)' 등은 26일 이후 당장 적용되는 셈이지만, 학교가 '조례 무효'라는 교과부 입장을 근거로 강제전학을 시킨다면 이번에는 교육청과 학교 사이의 갈등이 불거질 것이고, 피해는 학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피해사례가 신고되면 조사, 감사관의 감사 등을 통해 시정권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일단 조례 시행규칙과 매뉴얼을 2월까지 학교에 보급하고 교사연수를 한다. 그러나 올 1학기를 과도기로 보고, 점진적인 학칙개정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한상희 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 정책자문위원장(건국대 교수)은 "인권조례 공포는 방향제시로, 학교규칙은 한 학기 동안 여유를 갖고 합의해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또 학칙개정반대운동을 하겠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계획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인 인권을 많은 학교가 거부하리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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