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잘 나가는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잠깐의 승리에 도취해 있다가는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앞선 선두기업들의 부침에서 목격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1위에 복귀한 애플은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상태. 애플의 현금보유액은 작년 10월 현재 815억 달러로 미 재무부의 가용현금잔액(740억 달러) 보다 많다. 애플은 이 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신제품 출시에 총력을 펴고 있는데 팀 쿡 CEO는 지난 4분기 실적에 대해 "애플의 성장 잠재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며 현재 세상을 놀라게 할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IT권력으로 자리잡은 구글은 여전히 왕성한 식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유투브 모토로라 등 초대형 M&A를 통해 영역을 넓혀온 구글은 지금도 '배가 고프다'는 입장이고, 좋은 기업이 나오면 언제든지 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창업 때부터 미래를 위해선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빅벳(Big bets)전략'을 추구해왔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기엔 알짜 매물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구글은 올해도 파상적인 M&A공세나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부진을 딛고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독일의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은 여전히 구조조정 중이다. 단 사람을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이 아닌,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화 작업이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차량생산 핵심장치인 '플랫폼'개선에 총력을 펴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 하나에 하나의 차종을 만드는 게 고작이었지만 폴크스바겐은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 작년에는 단 플랫폼 하나로 무려 20여가지 차종, 300만대를 생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잘 나갈 때, 또 불황기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면서 "글로벌 정상권 기업들일수록 투자와 구조조정을 더 강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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