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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러진 화살'의 허구성 일깨운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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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러진 화살'의 허구성 일깨운 판사

입력
2012.01.2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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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논란에 얽힌 이정렬 부장판사가 위법을 무릅쓰고 공개 반론에 나섰다. 이 부장판사는 석궁 테러의 발단이 된 김명호 교수의 재임용탈락 무효소송의 항소심 주심판사였다. 그는 25일 법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 사실과 혼동하지 말라"며 악의적 선전과 모함에 울분을 토로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과 기본적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청와대 대법원장 등의 지시로 짜맞추기 재판을 했다고 비방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불이익을 감수하고 재판부 합의를 공개한다면서, 석궁 테러를 당한 재판장을 비롯한 재판부는 당초 김 교수 승소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교수가 대학의 재임용거부 결정날짜를 공휴일인 3월 1일로 잘못 기재한 것을 발견, 원칙대로 소(訴)를 각하하지 않고 김 교수를 위해 변론을 재개했다고 한다.

추가 심리에서 대학 측은 교수 자질을 집중 거론했으나, 김 교수는 입시출제 오류에만 매달렸다. 이 때문에 당초 합의한 결론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거센 논란의 당사자이지만 사법 개혁을 외친 대표적 진보성향 판사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그는 법원 구성원들이 영화를 보고 성찰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목적에 맞는 주관적 진실을 앞세워 거짓 모략을 일삼는 무리는 독을 품은 열매를 스스로 거두라고 촉구했다.

그의 지적대로'부러진 화살'은 법정 실화와 동떨어진 허구적 영화다. 재판기록과 법 절차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 문화권력과 주변 세력이 연대해 유별난 홍보 캠페인과 트위터 마케팅으로 인터넷 여론을 동원, 정치 변혁까지 외치는 모습은 정치 프로퍼갠더 목적을 의심할 만하다. 재임용 분쟁과 석궁 사건은 모두 진보 정권 때의 일이다.

진보적 판결과 튀는 언행으로 유명한 이 부장판사가 진보의 정치 선전에 몰려 고뇌를 거듭했다니 아이러니다. 한갓 허구적 영화에 신뢰가 무너지는 사법부를 위해 뒤늦게나마 나선 것은 용기 있는 결단이다. 잡다한 고려 때문에 그를 먼저 탓하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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