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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 분양을 미끼로…

입력
2012.01.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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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빌딩에서 야간청소부로 일하는 김모(67ㆍ여)씨는 평생 모은 돈 4,400만원을 한순간에 날렸다. 지난해 1월 지인이 “돈이 없는 서민들을 위해 주거복지사업을 하는 곳”이라며 소개한 '국제호밍복지재단'에 접수비 명목으로 냈다가 떼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재단은 이름만 그럴싸한 유령재단이었다.

김씨는 “‘5,000만원만 내면 서울 반포의 34평형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탓”이라며 땅을 쳤다. 홀로 벌어 몸이 불편한 남편과 아들 내외를 뒷바라지하던 김씨에겐 아들 내외를 분가시킬 마지막 기회였지만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임대아파트를 주겠다며 저소득층 노인들의 돈을 받아 가로챈 권모(54)씨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강남구 대치동에 ‘국제호밍복지재단’사무실을 차려놓고, 무주택자나 기초생활수급자인 노인 83명에게 “반포와 잠실의 34평, 40평형 임대아파트 소유권을 주겠다”고 속여 접수비 명목으로 12억7,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재단 총재를 맡은 권씨와 이사장 김모(56)씨, 주택보급위원인 이모(56)씨 등은 아는 사람을 소개하면 매출금 5억원 당 3%를 추천수당으로 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재단을 운영하면서 노인들을 끌어 모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숨겨진 조상 땅 700만평을 찾아 마련한 돈으로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복지사업을 하려 한다”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수백 세대를 복지재단 자격으로 반값에 구매, 일부를 영구임대해주겠다”는 등으로 노인들을 속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권씨 등은 사심 없이 ‘참복지’를 실천하려는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권씨와 김씨를 구속하고 사무총장을 맡았던 오모(55)씨는 추적 중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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