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요청을 거부하고 26일 공포를 강행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대법원 제소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업무복귀 후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정면 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25일 시교육청은 서울학생인권조례안을 26일자 서울시보 게재를 통해 공포하기로 했다. 앞서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곽 교육감의 조례 재의요구안 철회 요청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3월 개학에 맞춰 일선 학교에 적용토록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작ㆍ배포하고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학생인권조례 공포식도 따로 준비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과부가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 입장을 밝힌 만큼 조례의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과부가 고려하는 카드는 세 가지다.
먼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대법원에 조례무효확인소송과, 조례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결정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 장관이 20일 곽 교육감에게 재의를 요구하도록 지시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자치법(172조)에 따라 장관 명의로 7일 이내에 제소할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조례무효확인소송은 3월 이후로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당장 조례가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2~3주만에 결론이 나는) 집행정지결정신청을 함께 낼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안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법률에 적시되지 않은 재의 요구 '철회'로 교과부 장관의 재의 요구 권한 행사가 원천적으로 박탈돼 장관의 권한이 침해됐다고 보는 것이다.
교과부는 또 지방자치법(170조)에 근거해 곽 교육감에게 재의를 요구하라는 직무이행명령과 검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다만 조례가 공포된 후에는 재의 요구 명령은 효력이 사라진다. 교과부 관계자는 "조례 공포를 철회하는 직무명령이 가능한지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김상곤(경기), 김승환(전북) 교육감에게도 직무이행명령을 발동하고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법학 전문가들은 교과부 대응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정태욱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가치를 훼손하는 과도한 간섭으로 오히려 권력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상위법 충돌, 공익 침해 여부를 따졌을 때 대법원이 교과부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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