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캐릭터시장에 '권력교체'조짐이 일고 있다.
'로보카 폴리'의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유아 대상 캐릭터상품 시장에서 '뽀통령'이란 별명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누렸던 '뽀롱뽀롱 뽀로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 폴리는 4~7세 대상이고 뽀로로는 0~4세 대상으로 대상 연령층이 다르지만, 폴리의 인기가 만 2~3세까지 내려오면서 뽀로로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폴리의 제작사 로이비주얼은 밀려 드는 캐릭터 상품 라이센스 요청에 비명을 지르고 있을 정도다.
25일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체인 뚜레쥬르는 폴리 캐릭터를 활용한 신제품 케이크를 내놓았다. 대신 수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었던 뽀로로 케이크는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했다. 폴리가 뽀로로를 밀어낸 것이다.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지난해 만료된 뚜레쥬르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1월 말까지만 뚜레쥬르에서 뽀로로 케이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로보카 폴리 영양 간식 빵' 3종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매장에서 가장 빨리 매진되는 빵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면서 "폴리를 주력 캐릭터 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폴리의 인기는 거의 '대세'수준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예전만 해도 국산 캐릭터 상품은 뽀로로가 대부분이었는데 지난해는 폴리의 인기가 그에 못지 않았다"면서 "뽀로로는 수백 가지 다양한 상품군이 나와 있는데 비해 폴리는 변신 완구 등 몇 가지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구류에서는 폴리가 더 앞섰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오래 전 으로 시작해 등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로이비주얼의 로열티 수입은 덕분에 2010년 연 10억원에서 지난해 40억원으로 급증했다. 뽀로로의 로열티 수입액(연 1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캐릭터 상품 라이센싱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최근 중국산 '짝퉁' 폴리 완구가 대량 수입됐다가 적발된 것 역시 폴리의 인기를 반증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폴리의 인기는 방송에서 먼저 입증됐다. EBS에서 방영되는 의 시청률은 최고 7%, 평균 5%로 가 가장 큰 인기를 얻었을 때의 시청률과 비슷하다. 애니메이션 는 경찰차 폴리와 소방차 로이, 구급차 엠버, 헬리콥터 헬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 캐릭터가 위험에 처한 친구 자동차들을 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선구 로이비주얼 제작이사는 "뽀로로를 본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 악당과 대결하는 를 보는 것을 보고 이 연령층에게 도움이 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전형적인 선악 이분법적 구도가 아닌데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요소도 담고 있어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폴리의 인기에는 변신 완구가 한몫 했다.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에서 본 캐릭터와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방식으로 변신하는 완구를 원하는데, 그렇게 수준 높은 완구를 개발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것. 로이비주얼은 이를 위해 홍콩 완구회사 실버릿과 손을 잡았다.
이미 세계 30개국에 진출한 폴리는 4월 프랑스에서 방송과 동시에 대형 유통매장에 완구를 진열해 판매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최대 완구회사인 다카라와 완구 유통계약을 맺었다. 김 이사는 "현재 너무나 많은 캐릭터 라이센스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품질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세계에서도 통하는 좋은 품질의 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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