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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민 광란의 학살 미군에 고작 계급 강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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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민 광란의 학살 미군에 고작 계급 강등만

입력
2012.01.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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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쏘고 질문은 나중에 해!"

2005년 11월 19일 이라크 중부 안바르주의 하디타 마을. 이른 아침부터 유프라테스 강변에 위치한 작은 농촌 마을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미 제1해병연대 3대대 킬로중대 소속 병사 4명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각종 화기로 중무장한 해병대원들은 민가를 뒤지며 주민들을 눈에 띄는 족족 사살했다. 마을로 향하던 택시에 탑승한 이들도 미군의 총탄 세례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광란의 학살극이 끝난 뒤 숨진 주민만 24명. 희생자 중에는 여성 4명과 어린이 7명, 심지어 한살배기 아기도 포함돼 있었다.

아부그라이브교도소 인권유린 사건(2004년)과 함께 이라크 참전 미군의 대표적 만행으로 꼽히는 '하디타 양민 살해 사건'의 전말이다.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온 참극이 24일 종지부를 찍었다. 미 군사법원은 이날 "이라크 민간인 학살 혐의를 받고 있는 미 해병대 프랭크 우터리치(31) 하사의 복역을 면제하고 계급을 이등병으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우터리치는 부하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린 분대장이다. 살인ㆍ사건 은폐 등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7명은 무죄나 기소 중지로 이미 석방됐다.

우터리치는 24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고도 어떻게 풀려날 수 있었을까. 당초 그에게는 살인과 과실치사 등 9개 혐의가 적용됐다.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최장 152년을 복역해야 하는 중범죄다. 하지만 우터리치는 군 검찰이 살인 혐의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는 대신 직무유기 혐의를 인정하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 제도를 활용했다. 그 결과 "위급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지시를 내렸다"는 경미한 책임만 물게 된 것이다.

게다가 법원의 판결마저 관대했다. 법원은 검찰이 구형한 구금 90일, 급여 3분의2 감봉, 계급 강등 중 계급 강등만 인정했다. 우터리치가 3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는 부양자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우터리치는 명예만 실추됐을 뿐, 사실상 아무런 형사 처벌 없이 자유를 얻은 셈이다.

6년여를 끌어온 재판이 허무하게 끝나자 이라크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하디타 마을 주민인 알리 바드르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판결은 희생자와 이라크 국민 모두에게 굉장한 모욕"이라며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미국의 야만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미군의 도덕성도 다시 한 번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법원이 살인 혐의를 기각한 것은 "희생자 대부분은 매설 폭탄에 의해 사망했고, 일부는 실제 테러범이었다"는 군 당국의 반박 논리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집단 학살의 본질은 사건 당일 폭발 사고로 동료가 숨진 데 따른 해병대원의 보복 살해"라며 "정치적 악용 가능성을 운운하는 미군의 주장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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