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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1년 만에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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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1년 만에 무역적자

입력
2012.01.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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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해 36조원 가량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제2차 석유파동이 불어 닥친 1980년 이후 31년만이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엔고가 주요 배경이다. 하지만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향후 수년간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일본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25일 발표한 2011년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은 65조5,547억엔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수입액은 68조474억엔으로 12% 증가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2조4,927억엔을 기록했다. 2010년 6조6,347억엔 흑자를 기록한 무역수지가 1년 만에 9조엔 가량의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언론은 도호쿠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내 제조 공장이 파괴되면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 수출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로 경기가 악화한데다 엔고가 지속된 것도 수출 둔화로 이어졌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이 잇따라 중단돼 화력발전 가동을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이 증가한 것도 적자의 한 이유로 거론된다. 에너지 비용의 인상은 일본 제조업체의 수출에도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진과 원전의 영향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 약화 기조가 무역적자를 앞당겼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WSJ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 가전제품,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무역 정책을 펼치며 경제 대국 지위를 누려왔지만 앞으로는 그런 지위를 더 이상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엔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내 생산을 포기하고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것도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내는 한국과 중국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도요타, 소니 등 일본의 간판 기업들이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 추격을 받거나 이미 추월당한 상태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장관은 “일본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장기적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시인했다.

WSJ는 일본의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안정적인 자본 공급국인 일본이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게되고 엔화 가치도 떨어져 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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