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햄에 발암물질을 생성할 수 있는 성분이 함께 포함돼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일부 햄에 함께 포함된 붉은색을 내는 발색제와 변질을 막는 보존제가 결합되는 경우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규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달 8개 햄 제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목우촌 주부9단 김밥햄, 한성 마늘햄, 한성 흑마늘햄, 청정원 불갈비맛햄 등 4개 제품에서 보존제인 소르빈산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청정원 불갈비맛햄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제품은 포장지 겉면에 성분 표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르빈산은 인체에 해가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반드시 식품 표시를 통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녹색소비자연대의 당시 결론이었다.
문제는 거의 모든 햄 제품에는 소르빈산과 결합할 경우 발암물질인 에틸니트릴산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발색제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제품의 아질산나트륨 함량은 기준치(0.7g/㎏)를 넘지는 않았지만, 소르빈산과 함께 들어있는 경우 끓이거나 볶는 과정에서 에틸니트릴산 생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상 햄(아질산나트륨)과 어묵(소르빈산)을 함께 조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틸니트릴산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명백한 발암물질. 석면이나 벤젠 등 강력한 발암물질(그룹1)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물실험에서 암을 일으킨다는 결과가 확인된 '발암 가능성이 다소 높은 물질'(그룹2A)이다.
발암물질의 재료가 되는 두 물질이 시중에서 흔히 사 먹는 햄에 함께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막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식약청의 식품첨가물공전과 농식품부의 축산물가공기준 어디에도 두 물질을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도 이에 대한 기준이 없지만 발암 등 위험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다면 재검토하겠다"고만 말했다.
식약청의 소극적 대응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햄의 발암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최근 소시지나 햄 등 육가공품을 매일 먹으면 췌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저명 학술지인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했다. 김정선 국립암센터 분자역학연구과장은 "용량도 문제이지만 얼마나 자주 먹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들 물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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