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에서 개관할 예정이었던 두 공공 기념관이 해를 넘겼는데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상암동 '박정희기념관ㆍ도서관'은 지난해 11월 완공됐지만 개관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고,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공사비 부족으로 착공도 하지 못했다. 두 곳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역사를 다루다 보니 개관이 미뤄지는 사정에 대해 궁금증이 일고 있다.
박정희기념관ㆍ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겠다며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박정희기념사업회가 사업을 시작했다. 국고보조금 208억원과 사업회에서 모금한 민간 기부금 500억여원이 투입돼 완공됐으나 두 달이 넘도록 개관을 못하고 있다. 상암동 주민 이모(36)씨는 "건물도 완공됐고 정부 예산이 들어갔으니 공공 도서관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개관이 늦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특히 총선, 대선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 논란까지 낳으며 이름을 바꿔 개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성호 자치경찰연구소 소장은 24일 트위터에 "독재자를 미화하는 도서관에 아이들을 보내기 꺼리는 상암동 주민들 뜻대로 '마포상암도서관' 등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을 올렸다. 한 지역구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꾸는 공약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정희기념사업회와 서울시는 "박정희기념관ㆍ도서관을 서울시에 기부체납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준공 후 소유권 이전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를 잘 몰랐던 사업회가 완공에 맞춰 개관한다고 홍보해서 착오가 생겼다. 2월 초에는 개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부터 민간 기부를 받아 건립을 추진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지난해 7월 성산동의 한 2층 주택을 부지로 확정했지만 아직 착공도 하지 못했다. 정대협 관계자는 "공사 비용이 다 모금되지 않아 늦어지고 있다"며 "26일에는 착공해 5월 5일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립이 늦어진 데에는 이 박물관 부지로 서대문독립공원 내 매점 터를 기부했던 서울시가 2006년 일부 독립유공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정을 철회한 영향도 컸다. 정대협은 모금액 중 17억원을 부지 매입에 써야 했고 다시 부족한 공사비용을 모금하느라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정대협 관계자는 "리모델링비, 인건비, 기자재비 등 6억원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에 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착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꽃밭' 등 당초 설계했던 시설이 모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설계를 맡은 전숙희 와이즈건축 소장은 "완공 후에도 정상적으로 개관, 운영되려면 많은 현물과 재능 기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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