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주 취학 전 아동의 무상보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의 확대를 발표했다. 수혜자 가정은 '이제 아이들을 좀 편하게 키울 수 있으려나'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과연 그래도 될까. 누리과정의 시혜 폭이 그 동안 계속 확대돼 왔고 올해부터 만 5세 아동도 포함키로 돼 있는데 내년부터는 만 3~4세 아동도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100% 무상보육을 받도록 해준다는 얘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설 연휴기간 주요 화제였던 자녀양육 문제가 개별 가정의 입장으로 구체화하면서 기대감 못지않게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설 선물로 내놓은 만 3~4세 누리과정 확대는 결국 '모든 국민이 태어나서 취학 전까지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부담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키울 경우의 양육수당은 여전히 소득에 차별을 두며, 보육비의 경우도 시설의 종류에 따라 개인부담이 더 큰 영향을 미치도록 돼 있는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
실질적 수혜를 의심하게 만드는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보육환경을 향상시키는 데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지원금이 보육시설로 투입되는 현행 제도에서 대상 인원수만 의무적으로 늘리는 상황은 시설 투자만 조장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보육설비나 보육교사의 열악한 환경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무시한 채 형식적인 양적 팽창에만 치중할 게 뻔하다.
내년에 당장 2조원 가까운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책이 발표되자 비용의 상당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각 지방교육청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 테니 남는 예산이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재정대책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이러니 '앞으로, 내년부터'라는 말을 앞세워 장밋빛 청사진만 보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소득 계층별 지원범위, 보육비용과 육아비용의 균형 등을 조정하고, 보육환경과 예산확보 문제를 감안해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시행 방안을 새로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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