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 입학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 대학들이 가을 입학제 전환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본 대학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구미 명문대처럼 가을 입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을 입학제 전환 여론의 도화선을 당긴 곳은 명문 국립대 도쿄대다. 도쿄대 입학제도검토팀은 현행 4월 입학제를 가을 입학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최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15개 국가의 대학 중 70% 이상이 가을 입학제를 채택하고 있는 반면 3, 4월 봄 입학제는 한국, 일본 등 10여 개국만 실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입학 시기의 차이로 인해 외국으로 유학하려는 일본 학생은 물론, 일본으로 유학하려는 외국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대의 순위가 아시아권에서는 1위이지만 세계에서는 30위권 밖으로 뒤쳐진 것도 입학 시기의 차이 등에 따른 경쟁력의 저하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들도 일본 대학의 졸업시즌(3월)에 맞춰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어 외국에 유학할 경우 취업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가을 입학제에는 도쿄대 외에 교토대, 홋카이도대 등 9개 국립대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2개 사립대도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대학은 4월께 협의회를 구성, 가을 입학제 전환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도쿄대가 4, 5년 이내 가을 입학제 도입을 검토 중이어서 협의 결과에 따라 다른 대학도 비슷한 시기에 가을 입학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국 36개 대학이 가을 입학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응답했고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 설문조사에서도 전국 주요 대학의 90%가 가을 입학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후루카와 모토히사(古川元久) 경제재정장관은 "가을에 졸업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무원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24일 말했다.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문부과학장관도 "대학이 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관점에서 9월 입학을 찬성하며 이를 계기로 대학 자체 개혁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의 입학 시기가 바뀌면 초ㆍ중ㆍ고교 입학 시기를 비롯해 기업의 구직시기 등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지속된 일본 대학의 봄 입학 전통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