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병영면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김제섭(52)씨가 택시 한대로 지구를 스물 여섯번 도는 거리를 운행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김씨는 2003년 8월 개인택시를 마련해 17일까지 8년 5개월여 동안 사고와 잔고장 한번 없이 총 105만6,000㎞를 운행했다. 지구를 한바퀴 도는 거리 4만120㎞로 계산하면 지구를 무려 26번 돌고도 남는 거리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 최다 운행거리 기록의 택시는 102만km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이보다 3만km 이상을 더 달린 것이다.
택시의 법적 수명은 7년이지만 연장 신청을 하면 1년씩 2차례 연기할 수 있어 최장 9년까지 운행할 수 있는데, 김씨는 법적 운행 기간 7개월을 남기고 18일 새차로 바꿨다. 9년 정도 된 택시가 60만~70만km를 운행하는 걸 감안하면 김씨는 평균에 비해 최고 45만km 이상을 더 달린 셈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그는 과속하지 않는 것을 첫번째로 꼽았다.
"차를 급하게 몰다 보면 급정거할 때가 잦고 이렇게 되면 차에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차의 수명이 짧아지게 돼요. 강진 지역 안에서는 물론이고 광주 등을 오갈 때 4차선 도로에서도 시속 80㎞ 이상은 달리지 않습니다."
김씨는 또 "제때 엔진오일을 갈아주고 방어 운전을 생활화한 점이 사고와 잔고장과는 거리가 멀었던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단골이 많은 기사로 손꼽힌다. 손님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지요. 할머니에게는 건강 이야기, 주부에게는 물가 이야기, 농민들과는 소값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진심으로 대하면 손님들도 마음을 엽니다. 소통이 별건가요."
특히 노인 손님들이 대부분인 시골 지역의 특성상 김씨는 짐을 갖고 타는 손님에게는 집앞까지 실어다 주고 짐도 들어다 주는 등 '개인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년 단골손님이 수두룩해서 장흥, 영암, 해남, 광주 등 장거리도 수시로 오간다.
김씨는"기록을 세우게 해준 택시를 조금 더 몰수도 있었지만 소음이 심해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새 택시로 바꾸게 됐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봉사와 서비스, 차량 관리로 새로운 운행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강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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